2020년 2월 15일
이번에 신청한 원데이클래스는
라탄바구니 만들기였다.
공방이 삼청동에 위치하고 있어서
친구랑 북촌길을 걸으면서 옛추억을 회상했다.
북촌 놀러 또 먹으러 정말 많이 왔었는데...
이렇게 오랜만에 와서 기분이 몽글몽글했다.
북촌거리도 지금의 익선동처럼
한때 '핫플'이었던 것 같은데
인적이 많이 줄었다는 느낌을 받았다.
과거 내가 들렀던 가게들의 흔적이 많이 사라지고
'임대문의' 안내가 붙어있던 빈 상가들도 많이 보였다.
얼마나 많이 임대료가 올랐기에
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발걸음하지 않았기에
이렇게 많은 ‘임대문의'들이 붙었을까.
조금 씁쓸했다.

북촌의 메인거리를 걷다보니 자연스레 도착한 이곳.
큰 어려움없이 공방을 찾았는데
선생님이 다들 이 근방에서 헤맨다고
우리가 되게 잘 찾아왔다며 신기해하셨다.
난 지도를 보고, 친구는 찾아오는길 문자를 보고
아주 찰떡 콤비였네.
이 작업실은 선생님만 혼자 쓰는 전용 공방은 아니고
여러 선생님이 쉐어하는 공간이라고 한다.

철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옥문이 우릴 반겼다.
자연스럽게 돌다리를 밟고
한옥문으로 가야할 것 같지만
(사진엔 안 찍혔지만)
공방은 사실 오른쪽에 위치한 흰색 집이다.

오늘의 작업테이블!
라탄 바구니를 만드는 나와 친구,
라탄 스탠드를 만드는 두 분
총 4명이 듣는 클래스였다.
스탠드를 만드는 분들도 친구분들이었는데
두 분의 대화가 너무 재미있어서
덩달아 많이 웃었다.
선생님도 친절하시고 유쾌한 분이라서
수업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밝았다.


먼저 바구니의 바닥을 만드는 과정.
라탄은 물을 먹어야
유연하게 더 잘 만들 수 있다고 하셔서
계속 분무기로 물을 뿌려가며 작업했다.
나중에 손가락이 목욕탕에 온 것처럼 쭈굴쭈굴해졌다.

본격 위 아래 위 아래 작업.
라탄 실을 잡아놓은 틀 사이를
위로 아래로 넘나들면서 꼬는 작업이다.
이 과정에서 원하는 벽 모양으로 잡아가면 된다.
도자기 그릇을 만들 때 처럼
점점 좁아지게 만들지, 점점 퍼지게 만들지
아니면 일자로 만들지를
뜻하는 대로 힘 조절해가며 만들 수 있다.
찾아왔다. 가장 행복한 시간.
머리를 짓누르는 잡다한 생각들을 밀어버리고
오롯이 라탄에만 집중하는 시간.
요즘 원데이클래스하며 느끼는 거지만
잡념 사라지는데 단순작업만한 게 없다. 진짜.

난 처음엔 단지 모양처럼
점점 좁아지는 형태로 만들고 싶었다.
근데 내가 너무 힘을 주다보니
너무 곡선도가 심해져서
입구가 없어질 정도로 변해버렸다.
선생님도 보시더니 차라리 다 풀어서
다시 만드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다.
'아... 내가 여태까지 해온 게 있는데! '
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풀지도 못하고
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더니
선생님이 다시 금방 만들 수 있다며
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
계속 격려를 해주셨다.

난 결국 실을 다시 풀고 다시 쌓기 시작했다.
두 번째로는 힘을 덜 주자... 라는 마음으로 만들다보니
처음에 생각했던 점점 좁아지는 형태는 사라지고
일자형태 벽이 완성되었다.
그래도 만족스러웠다.
내가 처음에 꿈꿨던 모양은 아니지만
내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왔으니 그걸로 되었다.
이런 일련의 과정들이
내가 처한 상황에 대입되어 생각났다.
해온 게 아깝다고 아쉬워하지 말고,
얼른 되돌아가서 다시 하자. 생각보다 금방할 수 있다.
더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뒤돌아서서
다시 시작점으로 가는 용기를 가지자.

위에 마무리까지 해주며 완성.
선생님이 튤립같다며 귀엽다고 해주셨는데
나는 다 만들고 보니 그루트의 머리 같았다.
(아니면 검정고무신 기영이...)
친구 말마따나 접착제 고정대 하나 없이
이렇게 깔끔한 마무리할 수 있다니.
신기하다.

친구와 내가 만든 바구니들,
우리랑 같이 작업하신 수강생님의 스탠드.
플러스, 선생님이 선물로 만들어주신 책갈피까지.

나중에 완성작들을 모아서 단체샷 찍는 데
나 포함 모두들 사진 구도에 열정을 쏟아부어서
그 상황이 재밌었다.

마지막엔 이렇게 포장해주셨다.
만든 바구니를 화분용으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
생각보다 집에 있는 화분이 커서 안들어갈 것 같았다.
잡다한 것을 담는 바구니로도 좋을 것 같으니
활용할 곳을 생각해봐야겠다.
개인적으로 라탄 재료를 사서
다른 것도 만들어보고 싶다.
비록 손끝은 아리지만
손끝에 남은 라탄냄새가 정말 좋다.
만드는 데 너무 집중했었나보다.
배고픔이 뒤늦게 몰려와서 친구랑 순대국밥 먹고
알찬 하루를 마무리했다.
'노는' 카테고리의 다른 글
| 어게인 도자기 / 연희동 - 아마도 도자기 (0) | 2020.02.01 |
|---|---|
| 로망이 된 도자기 / 연희동 - 아마도 도자기 (1) | 2020.01.23 |
댓글